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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은 왜 생기는가
대상포진은 어린 시절 수두를 앓았던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수두가 완치된 후에도 우리 몸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척수 근처의 신경절이라는 곳에 잠복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평소에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 의해 억제되어 있지만, 특정 조건이 갖춰지면 다시 활성화되어 대상포진을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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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는 주요 원인은 면역력 저하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면역 기능이 약해지기 때문에 50세 이상, 특히 60세 이상에서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실제로 대상포진 환자의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의 고령층입니다. 이 외에도 극심한 스트레스, 과로, 수면 부족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면역력 저하도 발병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만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특정 치료를 받는 경우에도 위험이 높아집니다. 당뇨병, 만성 신부전, 자가면역 질환 환자들은 질병 자체가 면역 기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대상포진에 취약합니다. 또한 항암치료를 받는 암 환자, 장기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 HIV 감염자 등은 젊은 나이에도 대상포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감염 이후나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에도 일시적으로 대상포진 발생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는 바이러스 감염이나 면역 반응 과정에서 일시적인 면역 불균형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대상포진은 한 번 걸렸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발할 수 있으며, 면역력 관리가 평생 중요한 질환입니다.
발진 전에 나타나는 초기 신호들
많은 사람들이 대상포진 하면 띠 모양의 물집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피부 발진이 나타나기 며칠 전부터 다양한 전조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 초기 증상을 인지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높이는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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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특정 부위의 이상한 감각과 통증입니다. 타는 듯한 작열감, 찌릿찌릿한 전기가 오르는 느낌, 날카롭게 찌르는 듯한 통증이 몸의 한쪽 부위에 국한되어 나타납니다. 이 통증은 피부 표면의 통증이 아니라 깊숙한 곳에서 느껴지는 신경통으로, 옷이나 이불이 스치기만 해도 심하게 아플 수 있습니다. 중요한 특징은 몸의 좌우 중 한쪽에만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통증이 나타나는 부위는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던 신경절의 위치에 따라 결정됩니다. 가장 흔한 부위는 가슴과 등 부위이며, 이 외에도 얼굴, 목, 팔, 다리 등 어느 곳이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얼굴 부위에 생기는 경우는 삼차신경을 따라 나타나며, 눈 주위나 이마, 뺨 한쪽에 증상이 집중됩니다.
전신 증상도 동반될 수 있습니다. 미열, 오한, 두통, 근육통, 전신 피로감 등이 나타나며, 이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처음에는 몸살감기로 오해합니다. 일부 환자는 소화불량, 복통, 설사 등의 소화기 증상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림프절이 부어오르거나 만졌을 때 통증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초기 증상은 피부 발진이 나타나기 1일에서 5일 전부터 시작되며, 개인에 따라 증상의 강도와 지속 기간이 다릅니다. 일부 환자는 가벼운 불편감만 느끼지만, 다른 환자들은 견디기 힘든 통증을 경험합니다. 이 시기에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하면 가장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의심 증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피부 발진과 물집의 진행 단계
초기 통증과 감각 이상 이후 피부에 눈에 보이는 변화가 시작됩니다. 이 단계부터는 대상포진의 특징적인 모습이 나타나며, 진단도 비교적 쉬워집니다. 피부 병변은 여러 단계를 거쳐 변화하며, 각 단계마다 적절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통증이 있던 부위의 피부가 붉게 변하면서 작은 반점들이 나타납니다. 이 반점들은 신경이 분포하는 경로를 따라 띠 모양으로 배열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몸통에 생기는 경우 등에서 시작해 옆구리를 거쳐 배 쪽으로 이어지는 띠 모양을 보이며, 얼굴에 생기는 경우 이마에서 눈 주위를 거쳐 코 쪽으로 이어지는 패턴을 보입니다.
붉은 반점은 12시간에서 24시간 이내에 작은 물집으로 발전합니다. 이 물집들은 처음에는 맑은 액체로 가득 차 있으며, 크기는 쌀알이나 팥알 정도입니다. 물집들은 무리를 지어 나타나며, 서로 붙어서 더 큰 물집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이 시기의 물집 안에는 바이러스가 다량 존재하므로, 물집을 터뜨리거나 긁으면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2일에서 3일이 지나면 물집 안의 액체가 점차 탁해지면서 노란색이나 회색으로 변합니다. 이는 염증 반응으로 인해 고름이 생기는 농포 단계로, 통증도 이 시기에 가장 심합니다. 물집이 터지면 진물이 흐르고 궤양이 생길 수 있으며, 2차 세균 감염의 위험이 있으므로 청결 관리가 중요합니다.
약 7일에서 10일이 지나면 물집이 말라가면서 딱지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딱지는 갈색이나 검은색을 띠며, 자연스럽게 떨어질 때까지 2주에서 4주 정도 소요됩니다. 딱지를 억지로 떼어내면 흉터가 남을 수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떨어지도록 두어야 합니다. 딱지가 모두 떨어지고 피부가 치유되더라도 색소 침착이 남아 피부색이 진하거나 옅은 부위가 수개월간 지속될 수 있습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과 합병증
대상포진의 가장 큰 문제는 피부 병변이 아니라 그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입니다. 특히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심각한 후유증입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피부 병변이 완전히 치유된 후에도 해당 부위에 지속되는 통증을 말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대상포진 환자의 약 10퍼센트에서 30퍼센트가 이를 경험하며,
60세 이상에서는 발생률이 50퍼센트 이상으로 증가
합니다. 통증의 양상은 타는 듯한 작열감, 전기 오르듯 찌릿한 통증, 날카롭게 찌르는 통증 등 다양하며, 가벼운 접촉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이질통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신경통은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될 수 있으며, 일부 환자는 평생 통증과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통증으로 인해 수면 장애, 우울증, 불안장애가 발생하고,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에 큰 제약을 받게 됩니다. 치료를 위해 일반 진통제부터 신경병증성 통증 약물, 마약성 진통제, 신경 차단술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지만, 완전한 통증 해소는 쉽지 않습니다.
눈 주위에 발생한 대상포진은 특히 위험합니다. 바이러스가 눈으로 침범하면 각막염, 포도막염, 녹내장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 저하나 실명까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 눈 주위나 코끝에 물집이 생겼다면 반드시 안과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귀 주위에 발생한 경우 람세이헌트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얼굴 신경 마비, 청력 저하, 귀 통증, 어지럼증을 동반하는 질환으로,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얼굴 마비와 청력 손실이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드물지만 바이러스가 중추신경계를 침범하면 뇌수막염이나 뇌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심한 두통, 고열, 구토, 의식 저하, 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합니다. 면역력이 크게 저하된 환자에서는 대상포진이 전신으로 퍼지는 파종성 대상포진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입니다.
예방을 위해서는 50세 이상에서 대상포진 백신 접종이 권장되며, 초기 증상 발생 시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합병증 예방에 가장 효과적입니다.